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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nctum_여행/201001_강릉

강릉 여행 01. (2009.11.14 - 11.15)


오대산소금강 여행 직후 아이가 사흘을 꼬박 앓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엄마였다. 아이가 많이 놀랐나보다. 심장이 덜컹 했다. 이제 어디든 데리고 다녀야지. 결심하기가 무섭게 그가 한 마디 한다. 데리고 가느니 차라리 안 가는게 낫다고. 쿠당. 여행 내내 아이가 눈에 밟히니 마음에 걸리니 어쩌니 하더니 순 말 뿐이라며 이기적인 아빠라고 비난 또 비난하며 길길이 날뛰었는데, 막상 아이가 열이 내리고 잘 먹고 잘 노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이미 화장실 들어갈 때랑 나올 때랑 마음이 달라진 엄마였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이번만 둘이 다녀오는거야;
11월 둘 째주 토요일 오후, 시댁에 아이를 맡겨두고 지난 여행과 같은 코스를 밟아 강릉으로 향했다. 작은 시누네 딸내미 태영이가 진서랑 함께 있어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심리상담사인 작은 시누는 아이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거라며 함께 가는 것을 권유했지만 "내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라는 우리 부부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미안하다사랑한다 -_-




마이대니, 코지하우스에 이은 강릉 family펜션여행의 완결편. November에서의 노벰버 여행. 이번 여행을 위해 한 달 전부터 부지런히 예약했다(여행을 위한 펜션이 아니라 펜션을 위한 여행;). 원래는 두 번의 가을 여행을 계획했던 거였는데 박의 말마따나 한 번은 가을 여행, 또 한 번은 겨울 여행이 되어버렸다. 여행 날짜만 받아 놓으면 어쩜 그렇게 추워질 수가 있는건지. 추위를 몰고다니는 커플이라고 불러주셈 쿨럭. 이번엔 아예 패딩점퍼에 캐시미어목도리까지 단단히 챙겨입었다.





3년 전 남권박 겨울여행 때랑 그대로였다. 여전히 예쁘고 따뜻하고 참으로 아늑한. 부담스러울정도로 친절한 MR.프론트스마일씨 마저도 여전했다. :-D 남편 曰 "저 사람 왜 저래?" --;





코지하우스에서는 이런 저런 소품들이 먼지만 잔뜩 쌓여 있는 채로 방치되어 있었지만 노벰버는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보였다. 왼편의 저 네모낳고 똥그란 접시들 쫌 탐났는데 비싸기도 하고 좁아터진 싱크대를 떠올리면서 눈물을 머금고 내려놓았다.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면 알록달록 형형색색 크리스마스 접시부터 노리다케 큐티로즈 티팟세트까지 쟁여두고 기분내련다(그릇 욕심 없다고 그럴땐 언제고;).





밤 9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는데도 웰컴티를 준비해주겠단다. 오오.. 역시나 센스쟁이들. 그래서 티 대신 와인을 부탁했다. 약간 달달한 와인에 언 몸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저 까나페도 생각보다 정말 맛있어서 서로 개수 세어가면서 먹었다. "마지막거는 네 거야. 난 방금 먹었어." 귀여운 황선생님;  창 밖으로 어렴풋이 밤바다도 보이고. 아.. 정말 좋았다. ^^





깔끔한 화이트 톤의 Y room. 올리브색이라고 해야하나 벽지 색깔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이사가면 민트블루와 함께 꼭 써먹어야지 마음먹었더랬다. 실은 테라스가 있는 방이라서 예약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밖으로 나가기가 무섭게 창문 닫고 냉큼 들어와버렸다. 결국 테라스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던거다. 캐안습 ㅡㅠ





룸 가장 안쪽에 위치한 대리석 open bath. 라벤더향 아로마오일과 예쁜 램프도 준비되어 있었다(미처 치우지 못한 작은 푯말에는 꼭 불 끄고 자라고 친절하게 적혀있었다). 거품목욕하면서 한껏 기분 내려고 2년 전 웨스턴돔거리 Lush에서 남편이 사줬던 블루스카이 입욕제도 꼭꼭 챙겨와서 아주 잘 써먹었다. 신기하게도 이름처럼 아주 예쁜 하늘색 빛깔 물이 되었다는. 커다란 욕조에 몸 담그고 뭉게뭉게 보드라운 거품 후후 불어가면서 눈 감고 있자니 정말 하늘 위 구름에 둥둥 떠있는 것만 같았다. 이 얼마만의 달콤한 休식인가. 아.. 행복한 함숨이 절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