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에 일출보러 갈까 야무진 꿈을 잠시 한 10초간 꾸었지만 이내 접었다.
새벽 7시에 눈이 떠졌다. 늦잠쟁이 진서도.
전날 체크인 할 때 조식쿠폰을 주길래 깜짝 놀랐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리조트 근처에 아침부터 하는 식당이 있으려나 했는데 고민 해결.
뷔페식이었는데 그런대로 먹을만 했다.
(진서는 전복죽이랑 소세지만 신나게 먹었다;)
아침부터 또 수영하러 가자고 시위하는 중.
수영복 윗도리를 바지처럼 입고 침대에서 방방;
아빠아빠 우리 어디가요?
"나는 이런 길이 좋아. 오오.."
리조트 출발해서 해안도로를 달리면서도 별 반응 없던 그가
1112번 도로로 접어드니 이제야 제주에 온 것 같다면서 연신 감탄을 쏟아낸다.
아침 10시 비자림에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라서인지 한적하다.
마음껏 광합성 중.
진서는 유모차에서 또 잔다. 예쁜 것.
그냥 숲. 그래서 더 좋았다.
인공적이지 않은 원시림 느낌이 살아있는.
600살넘은 새천년비자나무.
자기도 사진 한장 찍어달라길래.
머리 쓸어올리는 컨셉이었는데 왠지;;
빽빽한 나무들 사이에 들어와있으니 더운 줄도 몰랐다.
비자림을 빠져나와 그대로 1112번 도로를 달려 아부오름으로 갔다.
제주에 왔으니 오름 하나 정도는 꼭 가볼 계획이었다.
근데 철책으로 막혀 있는 데다 목장방역중이라고 출입금지판이 걸려있어 그냥 돌아나왔다.
아쉬웠지만 사실 진서 데리고 오름트레킹이 무리긴 했다.
꿩 대신 닭. 거기라도 가야겠다.
산굼부리. 영화 연풍연가의 배경이 되었던 그 곳.
'굼부리'는 제주말로 화산체의 분화구 라는 뜻이라고.
뜨거운 8월의 태양 제대로 작렬!해주시고.
그늘 하나 없이 괴로웠는데 사진은 쨍하니 잘 나왔다.
아빠 선글라스 좀 내놔봐요. 나 좀 쓰게.
분화구 정상
걷기 힘들 땐 아빠가 내 발이 되어주지요.
엄마 너무 더워요 ㅠ.ㅠ
이쪽도
저쪽도
경치 참 좋구나.
앗. 그늘 찾았다!
푸른 억새.
역시 이곳은 가을이 훨씬 멋졌던 것 같다.
그 기억에 다시 찾았는데 타죽을 것만 같았다... 이대로...
입구에 내려와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샀는데
날이 너무 더운 나머지 먹기도 전에 그 자리에서 뚝뚝 녹아버렸다.
아이스크림 샤워하신 황양.
점심 메뉴는 칼국수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과
토종닭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켜 나눠 먹었다.
토종닭 칼국수는 약간 매콤하고 고소한 맛. 바지락 칼국수는 깔끔한 맛.
토종닭이라 고기가 약간 퍽퍽하고 질긴 감이 있었다.
간단히 점심 해결하기에는 그만이었던듯.
1112번 삼나무 가로수길을 지나 1131번 도로로 갈아타고 제주마 방목지로.
한가로운 풍경. 이국적인 느낌이 묻어나기도 하고.
아이만을 위한 그런 여행은 싫었다.
여행일정이 각종테마파크와 박물관으로 도배된.
그보다 제주도의 하늘을, 바다를, 산을, 바람을, 공기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제주도만의 풍광을 아이가 조금이라도 기억할 수 있었으면 했다.
아무리 그래도 한 군데쯤은..... 음......
그래서 왔다. 곰돌이테마파크 테지움.
(테디베어박물관은 유리관속에 갖혀있는 인형들을 끝도 없이 봐야만했던 기억이 있었다)
평소에 인형 별로 좋아라 안하는 그녀.
표정 안좋다;
괜히 왔나. 자동차박물관이라도 갈껄 그랬나.
하던 찰나에
마침 나오던 곰세마리 노래에 맞춰 율동을!
자기 몸의 100배는 되어보이는 테디베어에서 미끄럼도 신나게 타고
나오는 길에 기념품샵에서 아빠한테 polar bear 한마리 얻어내고는
끌어 안고 행복해하는 모습이라니.
리조트 돌아가는 길에 이른 저녁을 먹으러 대우정에 들렀다.
지난 겨울에 문 닫혀서 못간 그 곳이다(거긴 서귀포시였지만).
오분자기 돌솥밥이 유명한 집.
마가린을 뚝배기 둘레에 살살 발라주고 양념장을 넣어서 샥샥 비벼먹는데.
해산물 별로 안 좋아하는 그도 이건 정말 맛있어했다.
(제주여행 중 가장 인상깊은 음식이었단다;)
입맛 까다로우신 그녀는 밥 안 먹고 부침개만 계속 리필해 먹었다.
여름 여행은 해가 길어서 좋다. 종일 시간을 써도 시간을 버는 느낌.
동-남-서-북 이리저리 가로질러 제주시까지 왔는데도 밖은 아직 밝았다.
리조트 돌아와서 저녁 산책 잠시 하고 꼬르륵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