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 아침 테라스에서의 함덕해수욕장 풍경.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머릿 속에 마음 한 켠에 바다내음과 함께 꼭꼭 재워둔다.
아침 먹고 체크아웃.
근데 갑자기 네비게이션이 고장났다. 더위 탓인지 완전히 맛이 갔다.
렌트카업체에 전화하니 다른 걸로 교체해 준다고. 그래서 로비에서 30분 더 기다렸다.
진서는 그 동안 캐리어끌기놀이에 열중.
아침의 비자림 숲길을 좋아했던 그를 위해서 일부러 고른 절물휴양림.
하필 제주도까지 와서
하필 별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서로 마음이 상해서는
안에서 각자 따로 다녔다.
그래서 이런 사진 몇 장이 전부.
여행가서는 싸우지 맙시다 -_-
어쨌든 반기문 산책로를 따라 유모차 밀고 한 바퀴 돌았는데 풍경만큼은 정말 좋았다.
높다란 삼나무 울창한 삼울길,
아늑하고 예뻤던 새소리 가득 생이소리질,
비자림이 원시림이었다면 이곳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었다.
여튼 차 안에서 화해하고
지난 겨울에 감동해마지 않았던 그 곳에 다시 왔다.
왔던 곳 또 가느니 못가본 곳 하나라도 더 가봐야 마땅하겠지만
그래도 그 우동맛이 그리워서.
포도호텔 클럽하우스레스토랑. 전세냈다.
우동 시켜 놓고 사진놀이.
사진은 찍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있다 했던가.
진서를 가장 예쁘게 찍어줄 수 있는 사람.
서로 사랑해 마지 않는 아빠와 딸
작은 몸짓, 표정까지도 놓치지 않는.
(마구마구 셔터를 눌러대다보면 하나씩 걸리는;)
메밀국수 좋아하는 그는 이번에는 차가운 우동인 자루소바를 주문했다.
여름에 흔히 먹는 '냉모밀' 처럼 양념육수에 담궈 먹으면 된다.
맛은 역시 왕새우튀김우동이 더 낫다.
하지만 처음의 그 감동(입 안에서 면발과 육수가 왈츠를 추는듯한!)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국수 팔아서 돈 벌일 있냐던 클럽사장님은
식자재값 인상을 무시 못하셨던듯 1년만에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세 번 올일은 없을 것 같았다.
포도호텔과 비오토피아 사이에 있는 방주교회에 들렀다.
지난 겨울에는 그 존재 조차 모르고 지나쳤던.
이름에서 말해주듯이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세운 교회.
이타미준의 작품이다.
물 위에 배가 떠 있는듯한 모습.
르코르뷔지에의 롱샹성당(Ronchamp) 이후로 이렇게 예쁜 교회당은 처음 봤다.
주일에 왔다면 예배도 볼 수 있었을텐데.
아쉬운 마음에 약간의 헌금을 하고 잠시 앉아서 기도하고 나왔다.
저녁 비행기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았다.
공항으로 가기 전에 진서를 위해서 바다에 가기로 했다.
협재해수욕장. 와.. 해수욕하기 이만한 곳이 없었다.
함덕해수욕장은 비할 바 아니었다. 모래사장도 훨씬 넓었고 모래도 고왔다.
진서가 어찌나 좋아하던지. 진작에 올껄.
처음엔 찰방찰방 발만 구르다가
기저귀 벗어던지고 본격적으로 해수욕 시작!
파도야 나잡아봐라 다다다다다
급기야 누워버리는 그녀;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녀
물속에서 신나게 뛰어 놀더니
그 후엔 저렇게 한참 앉아서 돌멩이 갖고 놀았다.
돌멩이를 바다에 던졌다가 건졌다가 다시 넣었다가.
우리에겐 별 것 아닌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이 되어준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간다. 바람도 제법 차게 느껴졌다.
떠나기 싫어하는 진서를 데리고 나오느라 고생좀 했다.
다음 번에 여름에 오게 되면 이곳에서 종일 해수욕만 해도 좋겠다 그랬다.
바다에서 시간을 보내느라 제대로 저녁 먹을 시간을 또 놓쳤다.
(공항가는 길에 시내 맥도날드에 들러 요기했다)
시내에서 고등어조림과 갈치조림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그래도 진서가 많이 좋아했으니까 그것으로 족했다.
제주도의 여름.
제주도의 푸른 밤. 푸른 하늘.
아이들이 좀 더 크고 나면 그와 함께
얽매이지 않고 좀 더 홀가분 하게
"아파트 담벼락 아닌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은"
"바다의 속삭임이 있는" 그 곳에서 좀 더 느긋하게 머물렀으면..
p.s. 아이들 재워 놓고 몇 날 며칠 밤 새워가며 밀려쓴 여행일기 끝. 털썩..